[천자칼럼] 피묻은 군복과 '영웅의 제복'

입력 2023-06-25 17:31   수정 2023-06-26 00:14

2021년 10월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 정상에서 소총을 겨눈 자세의 6·25전쟁 전사자 유해 1구가 발굴됐다. 개인호 바닥에 엎드린 유해의 철모와 머리뼈에는 총탄이 관통한 자국이 뚜렷했다. 조사 결과 유해는 경북 의성에서 농사를 짓다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두고 1952년 5월 입대한 조응성 하사로 확인됐다.

백마고지는 국군 제9사단과 중공군 제38군 3개 사단이 1952년 10월 6일부터 열흘 동안 주인이 24번이나 바뀔 정도로 치열하게 교전했던 곳. 중공군은 5만5000발, 국군은 22만 발의 포탄을 퍼부었고 중공군 1만4000여 명, 국군 340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조 하사도 그중 한 명이다. 당시 부상병들은 한결같이 후송을 거부한 채 사력을 다해 진지를 사수했다고 한다.

어디 백마고지뿐이겠는가. 강원도 양구 펀치볼 전투, 낙동강 방어선을 지킨 다부동 전투 등 격전지마다 아군과 적군의 피로 물들었다. 정규군은 물론 학도병, 간호병, 유격대, 의용군, 포탄을 고지로 져 나른 지게부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열이 전장에서 나라를 지켜냈다. 지난 주말 KBS 1TV의 시니어 프로그램 ‘황금연못’에 출연한 참전용사들이 전한 참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15세에 간호군무원으로 입대한 전부자 씨는 “빨리 치료해달라고 애원하던 부상병의 왼팔이 썩어서 구더기가 살을 파먹고 있었다”고 했다. 경북 영덕의 장사상륙작전에서는 고지를 점령한 학도병들이 적의 총탄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25전쟁 발발 73주년이던 어제 SNS를 통해 “자유 대한민국을 있게 한 영웅들의 피 묻은 군복의 의미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군 62만 명, 미군을 포함한 유엔군 15만 명의 전사, 실종, 부상자와 그 가족들이 흘린 피와 눈물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국가보훈부가 지난 21일부터 참전용사 5만1000명에게 전달하고 있는 ‘영웅의 제복’은 그런 점에서 박수를 보낼 만한 일이다. 참전용사들은 그동안 6·25 참전유공자회가 만든 조끼를 사비로 구입해 입었다. 연갈색 재킷과 남색 바지, 넥타이 등으로 구성된 명예 제복을 받은 참전용사들의 반응은 “눈감을 때 수의로 입고 싶다”고 할 만큼 좋다고 한다. ‘제복의 영웅’들에 대한 존중과 예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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